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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한 잔의 커피, 감사합니다.
작성일 2014-12-16 14:17:44

커피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? 단순하게 생각하면 커피의 ''을 제대로 뽑아 내는 기술을 최고의 로스팅이라고 할 것이다. 하지만 솔직히 그 ''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어떤 것이 최고라고 말하기가 어렵다. 누군가는 '신 맛'을 선호할 것이고, 누군가는 '구수한 쓴 맛'을 선호할 것이다. 또는 누군가는 '단 맛'이 많이 나야 한다고 할 수 있다. 물론 그 모든 맛이 기본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는 하지만, 결국 그 '조화' 속에서도 어떤 '편중'은 반드시 존재한다. 그래서 어떤 로스팅이 가장 좋은 맛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.

 

결국 ''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. 내가 맛있고, 내 손님이 맛있으면 그게 최고로 잘 로스팅 한 커피라고 할 수 있다. 그 어떤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인정해 줘도 내가 맛없으면 그건 맛없는 커피다.

 

그렇다면 '좋은' 로스터의 자질은 무엇일까? 결국 모든 것이 주관적인 평가라면, 아무렇게나 로스팅을 해도 좋은 로스팅이 되는 걸까? 그건 또 아니다. 손님의 관점에서 좋은 로스터는... '변함 없는' 로스팅이 나오는 로스터다. 내가 그 가게에서 브라질 커피를 사면, 오늘 사든 내일 사든 언제나 딱 '그 맛'이 나는 가게가 좋은 가게고, 좋은 로스팅이다. 그리고 그건 쉽지 않다. 왜냐하면 매일 원두의 상태가 다르고, 로스팅하는 환경의 온도와 습도가 변하기 때문이다. 심지어 내가 똑같은 농장의 원두를 구매하더라도, 그 모든 원두가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나무에서 자란 것이 아니다. 어떤 것은 동쪽 밭에서 자랐고, 어떤 것은 서쪽 밭에서 자랐다. 당연히 일정한 품질 이상은 내겠지만, 그 품질에 있어서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다.

 

사실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. 일단은 오늘...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원두 통의 동일하게 담겨져 있는 원두를 4-5번 연달아 볶아 낼 때에라도... 내가 원하는 그 맛을 로스팅하는 것도 쉽지 않다. 미묘한 불의 변화, 공기의 흐름, 그리고 초 단위로 결정해야 하는 타이밍... 아무리 과학적인 프로파일을 작성해도, 결국 원하는 품질로 콩을 뽑아 내는 것은 미세한 감각으로 이루어진다.

 

오늘도 콩을 볶고, 연달아 맛을 본다. 따뜻할 때에도 맛을 보고, 식고 난 후에도 맛을 본다. 그렇게 나에게 딱 맞지만, 항상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 된다. 그냥 누르면 나오는 인스턴트의 시대에...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일일히 정성을 들여야 하는 커피 한 잔.... 이 커피가 맛있는 것은, 나 뿐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그 모든 사람들의 땀방울이 이 커피 한 잔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.

 

최종적으로 나온 한 잔의 커피를 음미하며... 마음 속으로 되내인다.

"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땀을 흘린 모든 분들에게... 감사합니다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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